글 수정

작성자 본인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

← 홈으로
짤방장애 · 2025.07.17 · 조회 52
마트에서 피어난 전쟁
퇴근길에 장보러 갔다가, 할인 코너 앞에서 또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달걀 한 판 2천 원 낮아졌다는 소리에 카트 끌던 사람들 눈빛이 번쩍. 나도 모르게 팔을 쑥 뻗었는데, 옆에서 아줌마 한 분이 ‘먼저 봤다’며 노려보더라. 그 짧은 순간에 내 머릿속엔 계산기가 돌았다. 내가 양보하면 집에 가서 후회 확정, 안 양보하면 찜찜함 확정. 결국 반으로 쪼개서 나눠가졌는데, 이게 뭐라고 피 터지는 협상이냐 싶더라. 요즘 장보는 게 스포츠다. 가격표 앞에서 눈치싸움, 재고 없어졌단 직원 말에 단체로 한숨. 예전엔 쇼핑이 힐링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생존전략 수준이다. 하지만 또 이상하게, 이 긴장감이 묘하게 살아있다는 기분도 든다. ‘오늘은 내가 이겼다.’ 그렇게 자위를 하며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 열고 그랬지, 이게 다 내 전리품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사는 게 전쟁이라고. 근데 요즘은 진짜였다. 마트 물가가 이 정도니 마음까지 자동으로 방어태세. 그래도 다음 주 전단지 보면서 또 두근거리겠지. 이게 우리 세대의 전쟁터, 그리고 소확행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