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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패드 · 2025.09.24 · 조회 70
밤의 냉장고 철학
: 밤이 깊을수록 이상하게 냉장고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단, 그냥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기분이다. 문을 열면 익숙한 불빛과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그 안을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냉장고 안엔 식재료보다 사연들이 많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마요네즈, 반쯤 남은 요구르트, 심심해서 사뒀던 계란 한 판. 그것들이 전부 내 생활의 조각 같아서, 슬쩍 바라보다 다시 문을 닫는다. 별 의미도 없는 행동인데 그게 내 하루의 마침표가 된다. 결국 냉장고는 음식 보관함이라기보다, 하루를 다시 되짚는 공간 같다. 오늘 뭐 했는지, 내일은 뭘 먹을지, 그리고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살짝 들여다보는 시간. 문을 닫고 돌아서면 묘하게 덜 외롭다. 그건 아마 냉장고 속의 정적이 내 하루의 잔소리를 대신 들어줘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