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동 버려진 무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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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버려진 무당집이 있다고 해서 친한 친구 A, B와 함께 찾아갔어.
버려진 골목 끝 공터로 갔는데 무당집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집 전체가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느낌을 주었어.
무당집을 보는데 창문은 깨져 있고, 문은 다 떨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어.
문 너머로 보니 먼지가 두껍게 쌓인 바닥, 그리고 진수성찬의 제사상 있었어.
제삿상에는 여러 진수성찬의 음식들이 있는데, 음식이 썩었는지 거뭇거뭇한 무언가가 붙어있길래 궁금한 나머지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들어가자 했어.
A는 겁에 질려 "나 진짜 들어가기 싫어!" 하는 걸 우리 둘은 웃으며 "뭐가 무섭냐?" 라고 놀리면서 A를 B에게 붙잡으라 한 뒤, A를 밀쳐 문을 열었지.
문 너머로 보이던 제삿상 음식들에는 파리 시체가 눌러붙어 역겨운 모습을 하고 있었어.
내가 본 거뭇거뭇하던 게 썩은 부분이 아니라 파리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상하게 마치 누가 파리 하나 하나 짓누른 자국처럼 파리는 짓눌려 음식들에 붙어있는거야.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소름이 돋아서 ’어떻게 파리들이 이렇게까지 짓눌려 있을 수 있지?‘ 라며 감탄하고 있을 때 "이게 정말 안전한 거야?" 겁이 많던 A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어.
A의 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라며 B가 기대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하고는 A에게 "무서우면 너는 나가있어" 하곤 눈치를 줬지.
무섭다던 A도 결국 무섭기도 하고 혼자 남기는 싫었는지 A는 한숨을 쉬며 "빨리 보고 나가자"라고 말했어.
제삿상 옆에는 방이 양쪽으로 있었는데(입구를 기준으로 T자 모양이었어), 오른쪽 방바닥의 누런 장판엔 중앙이 검은 물이 들어있었는데 너무 오래된 나머지 썩은내가 풍기더라.
양 벽에는 여러 알 수 없는 족자 같은 게 걸려있었고, 오른쪽 방 입구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작은 상에는 조금의 음식과 초, 그리고 보통의 제사 때 액자를 두는 위치에 자그마한 거울이 세워져 있었어.
진짜 무당집이라는 게 느껴지면서 반 친구들한테 자랑질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지.
방 안을 구석구석 뒤져 보던 중 A 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어.
“거울에 뭐가 비치는 거 같아...”라고.
A 녀석 말대로 거울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번쩍거리며 왔다갔다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멈추는 거야, 그새를 놓치지 않고 나는 더욱 자세히 보려고 거울 앞에 앉았는데 비명을 지를 뻔했어.
거울에는 빛바랜 한복을 입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비슷한 것이 반대편 방 안에서 왔다 갔다 벽을 기었다가 바닥에서 콩 콩 뛰며 방울을 흔들고 있는 거야,
무서웠던 건 그놈의 얼굴이 그렇게 벽을 타고 방 중앙을 뛰어다니는데도 우리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입에는 혀가 길게 축 처져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어.
무섭지만 빨리 귀신이 나타났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거울을 보라고 A와 B한테 소리를 지르곤 거울을 다시 쳐다봤는데 거울 속에는 웬 얼굴이 문드러진 산발의 여자가 기괴한 표정으로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방울을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어...
A 와 B, 그리고 나는 곧바로 뒤를 쳐다봤는데 내 눈앞에서 그놈이 방울손잡이를 거꾸로 뒤집어 잡아 흔들면서 입이 찢어질 듯 깔깔거리면서 웃더라.
그렇게 웃더니 갑자기 내 얼굴로 기다란 팔을 뻣길래 짧은 순간 고민했지만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 대신 A를 그놈에게 던지듯 밀치고서는 B랑 함께 도망쳐나왔어.
나와 B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어.
무섭고 A가 걱정되고, 살고싶어서 미친듯이 골목 앞 슈퍼까지 달려나왔어.
A가 걱정되서 다시 가보자고 B에게 말했지만, B는 "우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라고 했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A를 혼자 그 폐가에 두고오는 것은 잘못된것 같은거야.
그래서 C를 데리고 가자고 했지만, B가 ’다죽고싶어?‘라고 하는 고함소리에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미 우리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하고는 A를 구하기 위해 집으로 열심히 달려갔어.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횡설수설 말하다 기절하듯 저녁도 먹지 못 하고 자버렸어.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느라 정신없이 집을 나오다 보니 마저 말씀드리는 걸 까먹은 채로 등교하게 됐어.
수업 중에 딴생각을하다 갑자기 떠올라서 쉬는 시간에 B한테 부모님께 이야기 못 했다고 말하니까, 그놈도 까먹었다는거야.
나는 급한 마음에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할머니께 말씀드리니까 바로 부모님께 전화하시더라.
엄마는 A 어머니한테 연락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래, 다음날 다시 연락하니까 A 어머니가 전화를 받더니 A는 집에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뭔가 당혹스럽고 찜찜해 보였어.
그날 잘 때 기분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대화소리가 오래동안 들렸던 것 같아.
다음날 학교에 일찍 갔는데 교무실이 소란스러운거야, 겨우 힘들게 선생님께 A 오늘 오냐고 물었는데 전학 갔다고 하더라.
나 때문인가 하고 식은땀이 흘렀었어.
그렇게 A를 잊은 채 친구들한테 버려진 무당집 다녀온 이야기를 자랑처럼 이야기하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자는데 꿈을 꿨어.
나는 검은 공간에 갇혀서 뛰어다니고 있고 어딘가에서는 "딸랑, 딸랑…" 소리가 들렸어.
무서운 마음에 급하게 엄마한테 울면서 달려가 말했지만, 엄마는 키 크는 꿈이라고 더 자라고 하셨어.
그렇지만 무서운 꿈을 꿨는데 어떻게 바로 잘 수 있겠어, 당연히 늦게까지 괴담 레스토랑 보면서 버티다 잠들게되었어.
그렇게 두 번째 꿈을 꾸게 되는데, 또 검은 공간 속에 나는 서 있고 '딸랑..딸랑...'소리가 들렸지.
그런데 처음 꾼 꿈이랑 다르게 ”딸랑 딸랑 딸랑딸랑딸랑“하면서 소리가 조금 더 빠르고 뭔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
엄마 말처럼 키 크는 꿈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는데 날마다 방울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하면서 가까워지는 거야.
A에 대한 죄책감으로 늦게 잠드는데 심지어 악몽까지 꾸니 수면 부족으로 학교에서 조는 일이 많이 생겼지.
오늘도 악몽 꾸겠구나 하면서 잠들었는데 이번에는 검은 공간에서 벗어나 A를 버렸던 그 무당집으로 이동해있는 꿈을 꿨어.
나는 무당집 오른쪽 방에 있던 작은 상에 앉아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데 A는 내 옆에서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빠른 속도로 소곤거리고 내 앞 거울에는 내 뒤의 그놈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 비쳐서 나는 잘못했다고 싹싹 빌다가 겨우 깼지.
이제 진짜 끝이라는 마음에 엄마한테 모든 걸 다 말하니까 안 믿으시다가 내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는 걸 보고는 급하게 어느 무당집에 날 데리고 가셨어.
무당집 입구에 갔는데 무당이 엄마한테 '요놈 물구나무로 걷는 게 곧 죽을 것 같은데 뭐 할려고 데려왔노, 곧 죽을 놈 안받는다고 하는거야.
엄마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계속 무당한테 묻는데 무당은 답을 안 해주는거야,
그러니까 엄마가 우리 애 아직 9살이라고 더 살아야 한다면서 울고불고하니까 무당이 내 앞에 오더니 내 귀에다 대고 “너 살고 싶지? A가 용케 아직도 안 데려갔네~‘ 하더라.
아무리 어렸던 나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껴서 울면서 잘못했다고 비니까 무당이 꿈팔기라는 방법이 있는데, B한테 내가 꾸는 꿈을 팔고 한 달 정도 피해있으라고 하더라, 그러면 무당이 널 죽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머뭇거리며 "그럼, B가..."라고 물었지만, 무당은 더 말해주지 않고 "선택은 네 몫이다"라고 말했어.
무당집에 다녀온 후 부모님은 급하게 꿈팔기를 찾으셨어.
나는 그 날 하루 종일 꿈팔기 방법을 배워야 했고.
무당집과 절 여기저기를 다니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던 악몽 같은 주말이 지나고 다시 등교했을 때 여전히 B는 활기차게 떠들고 있었어.
같은 폐가를 갔는데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게 악몽을 꾸지 않는 것 같은 B의 모습이 밉고 아니꼬운 나머지 B에게“야 너 나한테 무서운 꿈 살래?“라고 해버렸는데, B가 생각해 보다 B는 "오, 재밌겠는데?"라며 냉큼 알겠다고 하더라.
500원 어떠냐고 해서 나도 기쁜 마음에 바로 '그러면 네가 내 꿈 사는 거다?'라고 했어.
B가 너무 멋있어 보이고 또 고마움도 느껴지더라.
다음날 B가 엄청 재밌었다며 다른 꿈은 없냐고 하는데 나는 '그건 엄청 비싸니까 안 팔거야'라고 거짓말해 버렸지.
그다음 날에도 비슷한 꿈을 꾸니까 B는 무서운 꿈을 계속 꿀 수 있다고 좋아하더라.
솔직히 그런 B를 보고 굳이 꿈을 팔았어야 했는지 라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했어.
그래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시 꿈을 돌려받고 싶지는 않았어.
꿈을 판 지 3일 째 되던 날 B는 뭔가 잘못된 것을 알게 됐는지 나한테 쉬는 시간마다 꿈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거야.
나는 기겁을 하면서 도망을 다녔어.
B의 모습이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일그러져 있고 혼자 있을 때면 조용히 해라고 중얼거렸었거든.
난 무당이 말해준 대로 해외로 현장 체험학습을 핑계로 B를 피하기 위해 해외 여행을 다녀왔어.
등교해서 반에 도착했는데 내 자리에 의자 하나가 비어 있길래 애들한테 “나 안 온다고 장난치는 거야?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라고 하니까 B의자를 뺀 거라고, B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더라.
소문에 의하면 빨간불에 지나가는 차를 향해 달려갔다고...
지나가면서 선생님께 사실인지 여쭈어보려고 찾아가는 도중 ”어째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지?“하고 선생님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B가 죽었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고, 내가 죽인 것 같은 찜찜한 마음에 부모님에게 말씀드려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게됐고, 그 이후로 더 자세한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됐어.
전학 가는 날, 마지막으로 학교를 돌아보는데 어디선가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더라.
B 소식과 A가 내 꿈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때 그 꿈을 다시 꿀 것 같아서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맞다, 선생님이 그 당시 우리가 너무 어려서 A가 이사갔다고 말했지만, 사실 A는 익사한 채로 발겼되었대. 그것도 자기 종아리 높이에서...
그 후로 어떻게 됐냐고?
지금 난 무당이 용했던 건지 아직 살아있어.
그 때 그 꿈도 안 꾸고.
대신 ”어디있지...? 어디갔을까?..“ 하면서 나를 찾는 A의 목소리와 ‘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는 B의 목소리, 그리고 방울소리 덕분에 그날 이후로 잠을 잘 못자고 있어.
그래도 정신과 상담도 받고 약도 먹고 있지만 죽는 것 보다는 낫잖아?
Rtiger08님의 댓글
Rtiger08 작성일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