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살아남기 도서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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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해보겠다고 갔는데, 자리 찾기가 이미 전쟁이더라. 들어가자마자 눈치싸움 시작하는데, 누군가는 가방만 던져두고 잠수를 타고, 누군가는 진짜 거기서 눌러 앉을 기세로 라면만 없을 뿐 하숙집 세팅을 해놨더라. 나는 그냥 조용히 앉을 구석이나 찾고 싶었을 뿐인데, 마음은 벌써 지쳐버림. 겨우 자리에 앉았더니 이번엔 내 옆자리에서 킁킁 연필 꽂는 소리, 뒷자리에서 과자 뜯는 소리가 레이어드처럼 들려와서 집중이 안 됨. 도서관은 원래 소리 없는 격투장이라더니, 진짜 맞는 말이었다. 책 펼쳐놓으니 눈은 글자 대신 소리 쫓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더 웃겼음. 그래도 묘하게 그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 게, 다들 나름대로 뭐라도 해보려고 모여 있는 거잖아.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게 왠지 위로가 됐다. 결국 집중은 반쯤 실패했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함께 버티고 있다’는 공기 덕분에 다음에도 또 가게 될 것 같은 이상한 매력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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