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회의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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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문득 든 생각. 이부분은 다들 하루를 성실히 버텼다고 위로하지만, 솔직히 그 '성실'이란 말도 너무 관성적인 면죄부 같다. 몇 시간씩 쏟아붓고도 남는 게 없다면, 그건 성실이 아니라 착취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열심히 살았다’며 자기 자신을 달랜다. 집에 와서 밥 먹으며 SNS를 켜보면, 누군가는 또 '자기계발의 밤'이라며 독서 인증사진을 올린다. 그런데 그 열정도 사실 현실 불안의 또 다른 얼굴 아닌가. 나도 언젠가 그런 불안을 열정이라 착각하며 달리던 때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오히려 멈추는 게 필요한 시기 같다. 저녁은 하루 중 유일하게 스스로의 리듬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포장하든, 나는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세상의 ‘열심’이란 구호에 반기를 들고 싶다. 그게 나에겐 진짜 휴식이고, 유일한 저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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